16번째 성찰 에세이-AI 시대, 정체성의 종말 혹은 재정의의 시작
우리는 지금, 인간의 고유성이 해체되는 문턱에 서 있다.과거, 인간은 유전자 복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생명’의 고유성을 위협받을 것이라 우려했다.복제양 ‘돌리’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이 복제 가능한 코드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품었다. 획일화의 공포, 존재의 복사 가능성은 인간다움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기술적 충격이었다.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양상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인공지능(AI)의 확산은 인간의 정체성에 있어 더 은밀하고 본질적인 도전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AI는 인간을 닮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을 넘어선다.오늘날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창작, 판단, 논리, 분석, 감정의 흉내마저 가능해졌다.AI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
2025. 4. 13.
14번째 성찰 에세이-초심(初心), 칼날 위의 마음
초(初).한자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이 글자는 옷(衣)과 칼(刀)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옷을 칼로 가르면, 실오라기가 한 올 한 올 풀리기 직전,그 찰나의 순간을 뜻하는 것이 바로 ‘초’다.초심이란 어쩌면 찰나의 마음일지도 모른다.가슴속에서 한순간 타오르다 사그라지는 불꽃처럼,그 순간만큼은 강렬하지만 쉽게 휘발되어버린다.⸻아침 운동을 함께했던 사람들아침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우리는 함께 운동을 하기로 했다.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던 날, 서로를 응원하며 숨을 고르던 순간,그때의 우리는 결심이란 것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확신했다.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몸이 좀 피곤해서”, “오늘만 쉬려고”라던 변명이어느새 “요즘 너무 바빠”,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 않네”로..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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