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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단상,성찰(연재중)

16번째 성찰 에세이-AI 시대, 정체성의 종말 혹은 재정의의 시작

by mazimak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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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이트 운동


우리는 지금, 인간의 고유성이 해체되는 문턱에 서 있다.

과거, 인간은 유전자 복제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생명’의 고유성을 위협받을 것이라 우려했다.
복제양 ‘돌리’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이 복제 가능한 코드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품었다. 획일화의 공포, 존재의 복사 가능성은 인간다움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기술적 충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양상의 위협 앞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인간의 정체성에 있어 더 은밀하고 본질적인 도전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을 닮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을 넘어선다.

오늘날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
창작, 판단, 논리, 분석, 감정의 흉내마저 가능해졌다.
AI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며,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 속도와 정교함은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더 자주 묻는다.
“이 글은 사람이 쓴 걸까?”
“이 음악은 누가 만든 것일까?”
“이 목소리는 진짜 존재하는 사람의 것일까?”

정체성의 핵심이던 창작의 주체성, 표현의 진정성이
AI와 인간 사이의 경계에서 흐릿해지고 있다.
‘나만의 것’이라는 창작의 고유성은, 더 이상 쉽게 주장할 수 없다.



러다이트의 유령, 다시 돌아오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화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기계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체성의 상실 앞에 맞선 것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전에
‘내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있다.

AI는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다움’의 기준을 재정의하는 도구가 되었다.
창작자는 더 이상 창작의 고유한 주체가 아니다.
의사는 진단을 내리는 주체가 아니라, 알고리즘의 판단을 감독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심지어 철학자는 윤리를 설명하는 자가 아니라, AI가 내리는 판단을 정당화하는 기획자가 되고 있다.



우리는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내가 만든 것’과 ‘AI가 만든 것’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제 정체성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 내가 창작한 줄 알았지만,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그 작품은 ‘내 것’인가?
• AI가 내 데이터를 학습해 만든 결과물은, 내 일부로 인정될 수 있는가?
• 반대로, AI가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고뇌 끝에 만든 결과물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정체성은 더 이상 생산의 주체성이나 창작의 독창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윤리적, 철학적 정체성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과학 기술 너머, 새로운 윤리의 시대

기술은 끊임없이 ‘가능한 것’을 확장한다.
그러나 가능한 것이 언제나 ‘허용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AI 시대에는 ‘기술의 윤리’가 아니라 ‘정체성의 윤리’가 필요하다.
• 우리는 AI가 어디까지 침범해도 되는지를 정해야 한다.
• 우리는 인간으로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 우리는 창작과 판단, 감정과 의사결정 속에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정체성의 핵심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인간을 발고 넘어서서
‘인간다움’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시켜버릴 것이다.


인간의 정체성은 여전히,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것

AI가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
진정으로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

우리는 속도보다 의미,
정확성보다 진정성,
효율보다 존재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도구가 인간의 본질을 정의하려고 할 때, 우리는 다시금 인간다움의 의미를 붙들고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러다이트 운동’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파괴가 아니라, 깊은 성찰과 윤리적 재정의의 시대를 여는 움직임일 것이다.

해시태그
#AI 시대 정체성#창작의 고유성#러다이트 운동#과학 윤리#인간다움#존재의 의미#창작과 AI#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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