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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단상,성찰(연재중)

14번째 성찰 에세이-초심(初心), 칼날 위의 마음

by mazimak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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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初).
한자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이 글자는 옷(衣)과 칼(刀)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옷을 칼로 가르면, 실오라기가 한 올 한 올 풀리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을 뜻하는 것이 바로 ‘초’다.

초심이란 어쩌면 찰나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가슴속에서 한순간 타오르다 사그라지는 불꽃처럼,
그 순간만큼은 강렬하지만 쉽게 휘발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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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을 함께했던 사람들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우리는 함께 운동을 하기로 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던 날, 서로를 응원하며 숨을 고르던 순간,
그때의 우리는 결심이란 것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확신했다.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이 좀 피곤해서”, “오늘만 쉬려고”라던 변명이
어느새 “요즘 너무 바빠”,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 않네”로 변해갔다.

그리고 이제, 남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운동복을 챙겨 나섰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우리의 초심은 이렇게 쉽게 퇴색되는 것일까?”

처음 품었던 마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빨리 바래버린다는 게 조금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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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버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본디 물과 같아서,
언제든 흘러가고, 모양이 바뀌고, 새로운 길을 찾는다.
계절이 바뀌면 공기가 달라지듯,
사람의 마음도 처음과 같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초심을 붙잡을 수 없는 걸까?
처음의 마음이란, 결국 우리 손에서 미끄러져 버리고 마는 걸까?

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초심이란 영원하지 않기에 더 값지다.
찰나의 순간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더욱 의식적으로 지켜야 한다.



초심의 칼날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

초(初)가 옷을 가르는 칼에서 왔다면,
우리는 그 칼날을 내 마음속에 하나씩 품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그 칼날은 매일같이 나를 시험할 것이다.
“오늘 운동을 쉬고 싶지 않아?”
“이제 좀 편해져도 되지 않을까?”
“그때의 결심, 아직도 유효한 거야?”

그럴 때, 나는 주머니 속의 칼날을 조용히 꺼내든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나 자신에게 던지는 단순한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일 뿐이다.

“나는 정말로 이 마음을 지키고 싶은가?”

대답이 ‘그렇다’라면, 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초심을 한 번 붙잡는다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초심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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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잊을 뿐이다.

운동을 시작한 첫날,
내 몸은 무거웠고, 숨은 거칠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날의 나는 가장 가벼웠다.
새로운 결심을 품은 가슴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초심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종종 그 가벼움을 잊고, 삶의 무게에 눌려 초심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그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 마음을 다시 기억하고, 불러오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내 안의 작은 칼날을 품고 나선다.
그것이 내 초심을 지켜주는 가장 날카롭고 단단한 무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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