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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단상,성찰(연재중)

3번째 성찰 에세이-OTT 서비스의 그림자

by mazimak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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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서비스와 성폭력 그루밍 범죄의 섬뜩한 닮음

OTT(Over-The-Top) 서비스는 처음 등장했을 때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사용성을 앞세워 사람들을 유혹했다. “한 달 무료 체험”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던지고, 누구나 부담 없이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변했다. 가격은 점점 오르고,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규제들이 생기면서 사용자들은 점점 더 강한 구속력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자유롭게 즐기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돈을 더 내고 규칙을 따르라고?’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플랫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쉽게 떠나지 못한다. 이 과정은 마치 성폭력 그루밍 범죄가 진행되는 방식과 섬뜩하게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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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접근과 점진적 통제

성폭력 그루밍 범죄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해자는 처음에는 피해자에게 선심성으로 잘해준다. 선물을 주고, 따뜻한 말로 다독이며 피해자의 신뢰를 얻는다. “넌 특별해”라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처럼 대해준다. OTT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우리 플랫폼을 쓰면 너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거야’라며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제공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을 줄여주며, ‘네 삶을 더 즐겁게 만들어줄게’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이런 친절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가해자는 점점 피해자의 삶에 개입하며 정신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처럼 보였던 행동이 점점 통제의 형태로 바뀌고, 피해자는 어느새 가해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OTT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고 싶으면 가격을 더 내야 해’, ‘너와 네 가족이 함께 보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해’라고 요구한다. 이미 익숙해진 사용자는 어쩔 수 없이 지불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분명 공짜였는데, 이제는 돈을 내야 한다고?’라고 의문을 가져도, 이미 플랫폼에 길들여진 몸은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궁극적 착취와 강제적 복종

그루밍의 최종 목표는 가해자가 원하는 대로 피해자를 조종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심리적 속박을 강화하고, 결국 가해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성폭력이 이루어진다. 피해자는 그제야 모든 것이 잘못된 시나리오였음을 깨닫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OTT 플랫폼도 결국 같은 수순을 밟는다. ‘이제는 너에게 선택권이 없어. 더 많은 돈을 내야 하고, 우리의 정책을 따라야 해.’ 처음에는 무료였던 서비스가 이제는 강제 구독 모델로 바뀌고, 사용자는 탈출할 방법을 잃어버린다. 한때 자유롭게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이제는 플랫폼의 규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결제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피해자가 점점 선택권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점진적으로 피해자의 심리를 장악하며 ‘이것이 정상적인 관계’라고 세뇌한다. OTT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독이었지만, 이제는 사용자가 오히려 ‘이 가격이면 괜찮은 거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플랫폼에 계속 남는다. 그루밍 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는 점차 통제에 익숙해지고, 이를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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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왜 이 과정을 방관하는가?

그루밍 범죄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사랑이라고 믿고, 나중에는 신뢰를 배신할 수 없다는 죄책감에 빠진다. 결국 심리적으로 가해자에게 종속되고 만다. 그리고 사회는 이를 방관한다. ‘저 두 사람의 관계는 복잡한 거야’, ‘그냥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야’라며 외면해버린다. OTT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오를 때마다 소비자들은 불만을 품지만, 결국은 ‘다른 플랫폼도 다 그래’라며 받아들인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적 압박은 그루밍 피해자가 겪는 감정과도 유사하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배하기 위해 활용하는 그루밍 방식은 OTT 서비스의 가격 정책 변화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처음엔 괜찮았으니까, 지금도 괜찮을 거야’라는 착각을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받은 혜택이 곧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순간, 그 관계는 지배와 복종으로 변질된다. 피해자가 그루밍의 초기 단계에서 경계를 강화해야 하듯, 소비자들도 처음 주어진 달콤한 혜택을 경계해야 한다.
OTT 서비스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점점 더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자유롭고 저렴했던 것이 점차 구속력과 강제성을 띠며 우리의 선택권을 빼앗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마치 그루밍 범죄의 피해자가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관계를 시작했지만, 결국은 자신을 지배하는 가해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이 관계가 정말 나에게 유리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감언이설을 의심해야 하듯, 소비자도 OTT 서비스가 내미는 친절한 손길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점점 더 통제당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우리의 자유는 이미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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