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단상,성찰(연재중)

18번째 성찰 에세이-처벌은 정의를 회복하는가

mazimak 2025. 4.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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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죄보다 가벼운 형벌, 우리는 무엇을 보호하고 있는가


언젠가 뉴스에서 보았다.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사람을 죽였고,
판결은 징역 6년이었다.
기사를 읽고 나서 잠시, 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단 한 번의 분노, 계획적인 살해,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의 단절.
그런데 6년이면 끝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1. 응보(應報)의 정의는 어디로 갔는가

법학에서 형벌의 이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응보(應報), 예방(豫防), 교정(矯正).
그중 응보는 가장 오래된 정의의 개념이다.
“죄에 상응하는 벌이 주어져야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칙.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형벌은 이 기본조차 무너져 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음주 운전으로 생명을 빼앗고도
10년을 넘기지 않는 형량이 비일비재하다.
6년, 7년 후면 그들은 사회로 다시 나온다.
그러는 사이, 유족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벌은 끝났지만, 피해자의 시간은 멈춰 있다.


2. 형벌은 범죄를 억제하고 있는가

많은 법학자들은 말한다.
형벌은 응보보다는 예방 효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그래서 처벌은 범죄자의 갱생 가능성을 고려하고,
과도한 형벌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선처’라는 이름의 감형,
‘반성문’이라는 관문 통과의식,
‘우발적’이라는 구실의 반복.

그 결과는 무엇인가.
오히려 사회는 “저 정도면 죽여도 몇 년이면 나오는구나”라는
위험한 인식의 왜곡을 만들어내고 있다.

범죄를 예방하기는커녕,
사법부가 범죄의 리스크를 낮춰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3. 양형 기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나라 법원은 ‘양형위원회’라는 독립기구를 통해
형벌의 기준을 정한다.
범죄의 중대성, 범행의 동기, 피해자의 수, 가해자의 전과 여부, 반성의 태도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 판결이 내려진다.

문제는 그 고려가 지나치게 가해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는 죽었고, 말이 없다.
그러니 법정은 살아 있는 가해자의 ‘가능성’을 본다.
‘성실히 일해왔다’, ‘우발적이었다’, ‘초범이다’,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면 형량이 깎인다.
생명보다 반성문이 더 무겁게 취급되는 법정.
정말 이것이 정의로운 형벌인가?


4. 우리의 사법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이 형량이, 정의로운가?”
“이 처벌이, 다른 범죄자에게 경고가 되는가?”
“이 판결이, 피해자에게 위로가 되는가?”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사법부는 그 어떤 질문에도 **명확한 ‘예’**를 내놓지 못한다.

형벌은 낮아지고, 판결은 관대해지고,
그 결과 우리는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살인자의 형량을 보고도 “어차피 그래봤자…”라며 고개를 젓는다.
정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때,
사회는 ‘합리적 분노’를 잃고, ‘체념’만 남는다.


5. 강한 처벌은 복수가 아니라, 사회의 최소한이다

우리는 처벌을 무겁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
‘복수심에 눈먼 시대착오적 주장’이라고 폄하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응보는 복수가 아니다.
정의의 복원이며, 피해자와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무겁고 단호한 처벌은
또 다른 범죄자를 막는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후의 방법이다.
살인은 몇 년짜리 죄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인간 파괴 행위다.

그렇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가해자의 앞날’을 위해 고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피해자의 잃어버린 삶과
사회의 도덕적 분노를 반영할 때다.


정의의 저울은 기울어져 있다

오늘도 법정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자가 반성문을 제출하고,
그 결과 몇 년의 형량을 얻는다.

정의의 저울은
무겁고도 가벼운 죄 사이에서
이상할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우리는 이제 묻는다.
“이것이 정말 정의인가?”

그리고 대답해야 한다.
“아니다. 지금은, 정의롭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의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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